결혼하는 이유, 필요성: 철학자 비혼주의가 많은 이유 (1인가구 노후)

살다 보면 20대 대학교 시절부터 오직 ‘결혼’ 자체가 인생의 최대 목표인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일찍부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결혼만 하면 인생이 동화처럼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분들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의심이 듭니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인간의 삶을 깊게 탐구했던 위대한 철학자들(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등)은 왜 그런 사람들과 결혼하지 않고 평생 ‘비혼주의’로 살았을까요?

과연 결혼은 우리를 무조건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일까요? 아니면 혹독한 현실과 노후를 버티기 위한 차가운 생존 전략일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철학자들이 비혼을 선택한 이유와, 1인 가구에게 현실적으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결혼하면 행복해질까? (비혼주의 철학자)

    많은 분들이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서, 혹은 남자친구가 너무 든든해서 결혼을 꿈꿉니다. 당장 애는 낳지 않더라도,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지내는 동화 같은 삶을 바라죠.

    근데 과연 결혼을 하면 무조건 행복해질까요? 우리나라의 한 해 결혼 건수 대비 이혼 건수를 따져보면 대략 40%가 나옵니다. 물론 통계적 함정이 조금 있긴 하지만, 결코 이혼율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위험합니다. 게다가 이혼할 때 겪는 재산 분할 같은 법적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피로하죠.

    이런 팍팍한 현실 속에서 “과연 결혼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원초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① 1+1=3 기대치와 틀린 현실

    저는 이 원초적인 의문의 답을 철학자들에게서 많이 빌려왔습니다. 철학책을 읽다 보면 유독 결혼을 안 한 사상가들이 정말 많거든요. 처음에는 단순히 “이 사람들이 여자를 모르는 숙맥이어서, 혹은 여자를 혐오해서 결혼을 안 했나?”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책을 읽어보니 이건 단순한 혐오가 아니라 굉장히 ‘논리적인 시선’이었습니다. 철학자들이 결혼을 피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기대치의 차이’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너와 내가 만나서 1+1=3이 되는 시너지 나는 가정을 꾸리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3이 되기는 몹시 힘듭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나이에 비례해서 걱정거리도 늘어나거든요. 20대에게는 20개의 고민이, 50대에게는 50개의 고민이 있습니다. 결국 둘이 만났을 때 증폭되는 건 행복이 아니라 ‘고민과 걱정거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② 행복은 나눌 수 없지만, 고통은 전염된다

    “그래도 부부가 같이 늙어가면서 행복을 공유하고 고통을 이겨나가면 되지 않냐?”라고 반문하실 겁니다. 이게 철학자들이 결혼하지 않았던 두 번째 이유입니다.

    인간의 본성상, 행복은 쉽게 증폭되지 않지만 고통은 엄청나게 잘 증폭됩니다. 솔직히 말해볼까요? 주변 사람이 코스피 선물이나 코인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할 때, 진심으로 배 아파하지 않고 축하해 줄 수 있으신가요? 99%는 못 합니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시기 질투가 넘쳐나죠. 저 역시 억지로 축하의 말을 건네지만 완벽한 진심은 아닙니다. 그건 사회생활을 위한 ‘페르소나(가면)’일 뿐이죠. 가족이라고 크게 다를까요?

    인간은 원래 시기하고 질투하며 불안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원시시대부터 남보다 더 잘 먹고 사냥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존해 온 유전자니까요. 만약 불안감 없이 “아~ 행복해” 하고 가만히 누워있던 원시인이 있었다면 진작에 굶어 죽었을 겁니다.

    이 생존의 불안은 결혼 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내 불안과 고통은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게 고스란히 옮겨갑니다. 결국 부부는 행복을 나누는 게 아니라 고통을 쉐어(Share)하게 됩니다. 옆집 부부는 맨날 행복해 보이는데, 우리 집은 맨날 고통만 나누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거죠. 저는 이 인간의 본성을 알고 난 뒤부터는 남의 떡이 커 보이지 않더라고요. “저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나름의 고통을 쉐어하고 있겠지”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③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는 시대 (수백 년 전에도)

    세 번째 이유는 참 웃긴데, 철학자들이 살던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게 살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요즘 어른들이 “요즘 젊은것들은 애 키우는 것보다 지들 노는 게 더 재밌어서 결혼을 안 한다”라고 혀를 차죠? 근데 우리가 아는 위대한 철학자들도 똑같았습니다. 그 시대에도 혼자 사유하고 노는 게 충분히 재밌었던 겁니다.

    결국 사람 사는 건 고대나 지금이나 다 똑같습니다.

    2. 평생 비혼주의로 살았던 철학자 4인방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결혼 팩폭의 대명사)

    여성 혐오 철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결혼과 이성에 대해 공격적이었던 인물입니다. 그는 “결혼이란 권리를 반으로 줄이고 의무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죠. 인간이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은, 종족 번식이라는 자연의 본능이 인간을 속여서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임마누엘 칸트 (루틴 집착남)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코스로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죠. 칸트가 결혼을 안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결혼을 하면 타인에 의해 내 생활 패턴이 무너지는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엔지니어 지인분이 있습니다. 30대 후반인데 아침 수영, 출근, 퇴근 후 독서 및 자기계발까지 365일 기계처럼 똑같은 루틴으로 삽니다. 그분도 “내 안락한 루틴이 깨지는 게 너무 싫어서 결혼 안 한다”고 하더군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락함에 빠지는데, 결혼은 그 완벽한 통제권을 잃는 행위인 겁니다.

    프리드리히 니체 (초인의 고독)

    니체는 루 살로메라는 여성에게 청혼했다가 차인 후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까여서 여자 혐오 걸린 거다”라고 조롱하지만, 저는 그렇게 깎아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니체는 “결혼은 대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타협”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초인’이 되고자 했던 그에게, 세속적인 결혼은 신이 되기 위한 길에 방해가 되는 타협이었을 겁니다.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을 탐구한 단독자)

    쇼펜하우어나 니체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철학자입니다. 사랑하는 약혼녀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파혼하고 독신을 택했죠. 이유는 “결혼이라는 세속적 안락함에 빠지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불안을 탐구하고 신 앞에 단독자로서 서는 철학적 사명을 다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업이나 인생에서 밀려오는 쓰나미(불안)를 맨몸으로 뚫고 나가야만 하는 저로서는, 이 사람의 철학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결국 정리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똑똑한 철학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1+1=3’이라는 동화 같은 소리가 착각임을 미리 알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결혼은 고통을 나누는 과정이고, 그들은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리스크를 감수하거나 타인의 케어를 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스스로 자립적인 삶을 살았던 겁니다.

    3. 비혼주의 현실: 아플 때 느끼는 ‘불완전함’

    이번에는 그럼 비혼주의의 현실은 어떨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도 사실 결혼 적령기 언저리에 있는 나이이고, 이런 인문학적인 탐구를 할 여유가 있는 시기이다 보니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저 역시 살면서 ‘결혼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언제인지 아십니까? 바로 ‘아플 때’입니다. 평소에 잘 놀러 다닐 때나 건강할 때가 아닙니다. 오직 몸이 아플 때 느낍니다.

    ① ‘혼자’가 멋있는 건 오직 ‘건강할 때’뿐이다

    인간은 아플 때 본능적으로 굉장히 외로워집니다. 인류가 수만 년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아플 때는 항상 맹수에게 공격당하기 가장 쉬운 상태였죠. 그래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무리의 보호를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본능이 DNA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외롭고 두려움이 커지는 겁니다.

    이런 생존 본능을 놓고 보면, 소위 말하는 ‘멋진 비혼주의’는 사실 ‘건강할 때’만 성립합니다. 이게 1인 가구의 가장 치명적인 오류입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혼자 넷플릭스 보고 맛있는 거 시켜 먹으며 완벽하게 살 수 있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아파 누우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장 40살에 독감만 심하게 걸려도 혼자 지내기 벅찹니다. 하물며 허리를 삐끗해서 침대에 누워 있거나, 사고를 당해서 내 손으로 물 한 잔 떠먹기 힘들 때, 그 ‘멋진 비혼’의 환상은 처참하게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아플 때 한없이 약해지니까요.

    ② 1인 가구의 원초적 공포: “나 여기서 쓰러지면 어떡하지?”

    두 번째로 다가오는 건 원초적인 공포입니다. “나 여기서 갑자기 쓰러져서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결혼을 했다면 최소한 내 옆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발견해 줄 거라는 안도감이 있지만, 혼자일 때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뭐, 아파서 눈 못 뜨면 그냥 삶을 끝내지”라고 쿨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거짓말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원초적인 공포가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결국 비혼주의라는 건, 현실적으로 40살 50살이 넘어갔을 때 그 공포와 불안감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굉장히 힘든 길이 될 겁니다.

    ③ 2035년의 비혼: AI와 로봇이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제가 말한 이 공포는 2026년 현재 기준입니다. 미래에는 이 현실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저만 해도 요즘 감정적인 고민이나 투자 판단이 필요할 때 AI에게 물어보거든요. 물론 모든 걸 완벽히 달래줄 순 없겠지만, AI가 인간의 불안한 마음을 꽤 잘 달래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AI와 연애하는 영화 ‘그녀(Her)’ 보셨나요? 진짜 AI가 더 발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되는 2035년, 2040년이 되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로봇이 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완벽한 심리 상담 카운슬러 역할은 해주겠죠. 유튜브에서 “여러분 일어나세요!” 하고 외치는 뻔한 동기부여 영상보다, 내 상황과 데이터를 완벽히 아는 AI의 따뜻한 조언 한마디가 오히려 더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2030 세대들은 굳이 결혼 안 하고 사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하고 무서워도 내 곁에 나를 케어해 줄 로봇이 있으니까요.

    요즘 1인 가구 젊은 층들이 혼자 살기 불안하니까 강아지나 고양이를 많이 키우죠? (저는 예전에 반려견이 죽었을 때의 그 후폭풍을 너무 잘 알아서 두 번 다시 안 키웁니다. 안 겪어본 사람은 그 고통 모릅니다.) 아마 미래에는 반려동물의 자리까지 AI가 대체하게 될 겁니다.

    ④ 철학자들의 결론: 부정적일 때만 필요하다면, 안 해도 된다

    결국 과거의 철학자들도 이런 고민을 다 했습니다.

    “내가 아플 때 나를 챙겨줄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을 원한다면, 결국 결혼은 내 삶의 ‘부정적인 상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네?”라고 통찰한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내 삶을 무한정 긍정하고 혼자서 자립할 수 있다면, 굳이 결혼이 필요 없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 거죠. 그래서 그 똑똑한 사람들이 굳이 결혼을 안 한 겁니다.

    물론 그 철학자들의 말로가 다들 쓸쓸하게 아파서 죽긴 했지만,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그 나이까지 살다가 아파서 죽은 거면 나름 오래 잘 살다 간 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보며 느끼는 비혼주의의 냉혹한 현실은 이렇습니다. 환상도 없고 낭만도 없지만, 이게 진짜 팩트입니다.

    4. 결혼하는 진짜 이유: 낭만이 아닌 ‘인생 리스크 분산’

    앞의 내용을 읽어보니 “아, 진짜 비혼주의로 살면 안 되겠다. 나도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두려움이 좀 생기시죠? 원래 사람은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그에 대비되는 행동을 하고 싶어 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뭘까요?

    여러분은 결혼을 사랑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에 취해서 결혼을 합니다. 그렇게 인생의 리스크까지 깊게 생각하고 식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잘 없어요. 하지만 똑똑하고 현명하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결혼을 한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들에게 결혼의 진짜 목적은 낭만이 아니라 ‘리스크 분산(Hedging)’에 있습니다.

    ① 도파민의 유통기한: 사랑의 결실이라는 착각

    어차피 여러분도 연애해 봐서 아시겠지만, 인간이 한 사람을 매일 본다고 해서 평생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지 않습니다.

    과학적으로 연애 초기의 찌릿한 도파민은 길어야 1년 반에서 3년이면 분비가 끝납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옛날처럼 가슴이 설레지도 않고, “내가 이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해야 하나?”라는 이성적인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장기 연애하는 분들이 대단한 이유가 이겁니다.

    우리가 100일 사귀고 바로 결혼할 거 아니잖아요? 못해도 1~2년은 만나고 결혼할 텐데, 그때 즈음이면 이미 도파민은 말라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고 굳게 착각합니다. 그 도파민의 환상이 깨지고 나니까 유부남들 사이에서 ‘의무 방어전’ 같은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더 이상 설렘도 없고 도파민도 안 나오니까요.

    ② 우주의 법칙(엔트로피): 인생은 무조건 ‘하락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왜 굳이 결혼을 할까요? 이 사람들의 목적은 철저한 인생 리스크 분산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두 배로 키우기는 몹시 힘들지만, 고통은 언제나 두 배로 들이닥치기 때문입니다. 열역학에 ‘엔트로피의 법칙’이라는 게 있죠? 우주는 항상 무질서도(실패와 혼란)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쁜 일만 일어날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 갑자기 회사를 실직하거나
    • AI의 발달로 2030 세대의 일자리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 예상치 못한 암 선고를 받거나

    이렇게 인생은 결국 ‘하락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행복의 뚜껑은 닫혀 있는데, 고통의 크기만 계속 커지는 거죠. 혼자서 이런 거대한 하락장의 리스크를 온몸으로 쳐맞으면 절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통계적으로 독신이 기혼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③ 결혼의 진짜 정체: 나를 구해줄 ‘공동 투자자’ 모집

    그래서 결혼을 하는 진짜 이유를 아주 냉정하게 따져보면, 결국 나를 구해줄 ‘공동 투자자’를 구하는 행위입니다.

    내가 병에 걸려 쓰러졌을 때, 혹은 내가 경제력을 잃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내 인생의 하한가를 막아줄 동업자를 구하는 거죠. 참 잔인하고 너무 계산적인가요? 어떻게 신성한 결혼을 두고 투자자니 리스크 분산이니 하냐고 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오히려 이런 차가운 마인드로 파트너를 골라야 이혼을 안 합니다. 서로 도파민 터지는 행복만 바라고 결혼하면, 그 호르몬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끝났어”라며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게 됩니다. 하지만 서로의 리스크를 분산해 주는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상대에게 헛된 낭만을 바라지 않고, 서로에게 큰 리스크만 주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데리고 살아가는 겁니다. 주변 어른들에게 “결혼하면 좋아요?”라고 물어봤을 때 “다들 그냥저냥 사는 거지 뭐”라고 대답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④ 이혼을 막아주는 차가운 진실: 사랑이 아닌 ‘전우애’

    결론적으로 우리는 로맨스 하나만 믿고 결혼할 수 없습니다.

    진짜 튼튼한 부부는 사랑이 아니라 ‘전우애‘에 가깝습니다. 이 혹독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 등짝을 맞대고 함께 싸우는 내 편이자 생존의 동반자. 그것이 바로 똑똑한 사람들이 낭만 대신 ‘리스크 분산’을 위해 기꺼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5.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까?

    인문학이라는 게 원래 명쾌한 정답을 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하죠. 하지만 그 치열한 고민 끝에 제가 내린 “어떤 사람이랑 결혼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완벽한 사람이 아닌 ‘함께 버틸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은 이미 결혼했거나, 설령 만난다 해도 내 인생의 리스크를 함께 짊어져 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완벽하기 때문에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고, 내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나를 버리고 도망갈 확률이 높습니다.

    조금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상대를 볼 때 “이 사람과 함께했을 때 내 인생의 리스크가 분산될까, 아니면 리스크가 더 커질까”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챙겨야 할 가족이 너무 많은 환경이라면 내 인생의 무게는 배로 무거워지겠죠. 반대로 내 리스크를 기꺼이 분담해 줄 수 있는 환경과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지를 봐야 합니다.

    ② 나를 웃게 할 사람이 아니라 ‘지혈’해 줄 사람

    많은 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찾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볼까요? 요즘 세상은 연애 안 해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방구석에서 넷플릭스 보는 게 감정 소모하며 연애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울 때가 많죠. 저 역시 내 감정을 깎아먹는 관계는 미련 없이 버리는 편입니다.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의 감정까지 챙길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혼 상대는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사람이 아니라, 내가 피 흘리며 울고 있을 때 지혈(止血)해 줄 사람이어야 합니다. 인생의 고통이 들이닥쳤을 때, 나를 북돋아 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사람 말입니다. 내가 힘들 때 기꺼이 내 상처를 싸매줄 사람을 찾는 것이 결혼의 본질입니다.

    ③ 리스크 관리 능력이 검증된 사람

    세 번째는 리스크 관리 능력입니다.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어본 사람들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실패가 일상이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죠.

    “무조건 잘돼야 해!”라고 소리치는 사람보다, “실패해도 상관없어, 운이 따를 때까지 그냥 묵묵히 버티면 돼”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그런 맷집이 있는 사람과 함께해야 인생의 하락장에서도 상장폐지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④ ‘결핍의 교집합’을 통한 상호보완적 투자

    사람들은 흔히 나에게 없는 부분을 가진 사람에게 끌립니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 살 파트너라면 나와 비슷한 결핍을 가진 사람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말을 잘해서 얻는 행복이 100인데 배우자는 말을 못 해서 불행하다면, 결국 내 행복을 떼어줘서 평균을 맞춰야 합니다. 그건 나에게 손실이죠. 하지만 둘 다 결핍이 있다면, 서로 잃을 게 없기에 함께 노력하며 성장하는 ‘상호보완적 투자’가 가능해집니다. 내 것을 뺏기는 게 아니라, 없는 것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동업자가 되는 겁니다.


    결론: 결혼은 인생 하락장의 ‘최후 보험’입니다

    결국 결혼이라는 건, 우리 인생이라는 거대한 하락장에서 나를 지켜주고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보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어릴 적 꿈꿨던 낭만적인 결혼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게 숨길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비혼주의를 권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2030년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 번쯤은 결혼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인생은 고통이 무한하고 행복이 유한한 옵션 거래와 같습니다. 그 지독한 손실의 구간에서 여러분을 지탱해 줄 유일한 보험 상품, 그것이 바로 결혼의 진짜 정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적적한 밤,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한 번쯤 진지하게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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